[앵커]
금융감독원이 2조원이 넘는 거액이 시중은행 2곳을 통해 중국과 일본으로 넘어간 수상한 외환거래 사건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을 통해 4천억 원을 송금한 한 중소업체는 이미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있는데요.
구자준 기자가 금융당국의 조사와 검찰 수사 상황, 그리고 업체의 실체를 추적한 현장 취재 내용 차례로 보도하겠습니다.
[기자]
채널A가 확인한 우리은행의 내부 보고 내용입니다.
서울의 지점 한 곳에서 발생한 외화송금 사건을 정리해놨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5개 업체가 460여 차례에 걸쳐 7억 6백만 달러, 우리돈 약 8천 5백억 원을 해외 송금한 걸 확인했다는 내용입니다.
송금은 업체들이 인터넷 뱅킹으로 신청했는데, 지난달 우리은행 내부 조사를 거쳐 일주일 만에 금융감독원에 보고됐습니다.
금감원은 보고 사흘 만에 전격 현장 검사에 착수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신한은행에서도 이상한 외환거래가 자체 조사에서 포착됐습니다.
2개 지점을 통해 1조 3천억 원에 이르는 해외 송금이 이뤄진 겁니다.
주로 중국과 일본으로 보내진 돈이었습니다.
시중은행 두 곳에서 2조 원 넘는 수상한 외환 거래가 포착되자 금감원은 점검 대상을 은행권 전체로 확대했습니다.
이복현 금감원장 지시로 다른 은행에서도 유사한 거래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집중 조사에 들어간 겁니다.
금감원 검사가 끝나면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거래도 있습니다.
우리은행 지점을 통해 4천억 원을 수입대금 명목으로 해외로 보낸 업체를 상대로 대구지검이 수사에 나선 겁니다.
도대체 어떤 회사길래 이런 거액을 해외로 송금한 건지, 제가 직접 이 업체를 찾아가 봤습니다.
수도권에 있는 아파트.
검찰이 이상 해외송금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A 업체의 본사로 등록된 곳입니다.
A사의 법인 등기에는 지난해 4월 부산에서 설립됐고, 올해 4월 이곳으로 사업장을 옮겼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 아파트는 평범한 가정집이었고, 집주인은 해당 업체 이름조차 처음 들어본다고 했습니다.
[집주인]
"(귀금속 취급하시는 업체 아니세요?) 네, 아닙니다. 무슨 회사요? 전혀 모르는데요. 저희가 이사 온 지 한 2년 됐는데"
주인이 이 집을 산 건 지난 2020년 8월.
올해 4월 A사의 본사 주소로 등록된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A사 법인등기에 있는 대표의 집 주소를 찾아가 봤습니다.
술집과 식당이 밀집한 거리의 상가건물 지하였습니다.
대표의 자택 주소는 실내 야구와 사격을 하는 게임장인데, 영업을 멈춘 지 한참 됐는지 쓰레기와 전선이 널려 있습니다.
출입문 역시 굳게 잠겨 있습니다.
업체 대표에게 온 우편물에는 뽀얗게 먼지가 앉아있습니다.
건물 관계자는 A사 대표가 지난해까지 이 게임장을 운영했다고 말합니다.
[상가 건물 관계자]
"예전에 지하 사장님이셨어요. 게임장 영업을 하셨어요. 지금은 폐업하고 나가셨어요."
A사 법인 등기에는 귀금속 도소매업과 무역을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해당 업체는 4천억 원 대 해외송금은 금괴 등 수입물품 대금 결제 목적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검찰은 이 업체의 실체가 불분명하다고 보고 4천억 원의 주인과 성격, 최종 수령자를 찾아내기 위해 자금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구자준입니다.
영상취재 : 강철규
영상편집 : 이재근
구자준 기자 jajoonneam@donga.com